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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라리가 칼럼] 네빌은 과연 발렌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 2일 축구팬들에겐 다소 놀라온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이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개리 네빌이 발렌시아의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된 것이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레이가르트, 미카엘 라우드럽 등의 잔뼈굵은 감독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락내리락거리던 것과는 달리 감독 경험이 전무했던 네빌의 선임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발렌시아의 신임 감독 개리 네빌]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이젠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버린 개리 네빌, 하지만 이런 네빌을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역사적인 클럽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할 수 없었다라는 인터뷰로 소감을 밝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현지 팬이나 언론이나 모두 감독 경험이 전무한 네빌의 성공을 의심하고 있다. 과연 개리 네빌은 발렌시아에서 성공적인 감독 생활의 시작을 할 수 있을까?


- 개리 네빌의 몇 가지 불안 요소


  i) 경험이 부족한 감독의 무덤이 된 발렌시아


끔찍했던 로날드 쿠만 감독이 물러난 이후로 발렌시아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당시 알메리아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능력있는 젊은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에메리는 발렌시아에 와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침체되었던 팀을 잘 추스리면서 팀을 성공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감독에게 그 이상을 바랐다. 보드진은 중요할 때마다 미끄러진 에메리에게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게 에메리는 4년동안 지휘했던 발렌시아를 떠났다.

그 이후 발렌시아는 다소 경험은 부족하지만 구단에서 좋은 시절을 보냈던 감독들을 선임하였지만 (마우리시오 페예그리노, 미로슬라프 쥬키치) 두 감독은 전반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었고 말았다. 이 두 명의 후임감독이었던 발바르데와 피찌가 어느정도 노력을 하면서 팀을 추스렸지만 아쉽게도 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도울 순 없었다.

구단 인수 후에는 약간의 잡음 뒤 히우 아베에서 두 개의 준우승 타이틀을 획득한 무명에 가까운 누누 상투스를 감독으로 데려왔다. 누누 감독은 첫 시즌엔 나쁘지 않은 모습으로 4위를 차지하며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한 시즌 후엔 선수선발, 전술적인 부분, 선수단 관리 등 여러 부분에 걸쳐 문제점을 보이면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 리그 8위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남기고 자진 사퇴하였다.

그 이후는 네빌이다. 또 한 명의 경험 부족 감독이 팀을 망치는 케이스로 남을 수도 있다. 발렌시아의 레전드 골키퍼 산티아고 카니자레스는 "발렌시아는 경험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란 인터뷰를 하면서 네빌 선임에 대한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는 발렌시아가 리그 8위에 쳐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개리 네빌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는 건 사치다. 초임 감독 네빌이 당장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ii) 안팎으로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온전히 모든 힘을 발렌시아의 경기력 상승만을 위해 써도 모자랄 판에 네빌에겐 신경써야할 것들이 매우 많다. 먼저 언어 문제이다. 얼마 전 소시에다드에서 경질된 모예스는 훈련이나 인터뷰 등 모든 과정에서 영어만 사용하였다. 스페인어를 배우지 않고 항상 통역을 통해 말을 전달하던 모예스는 결국 선수들과의 유대를 쌓는 데 실패하였고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반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뮌헨 부임 당시 독일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첫 기자회견을 능숙한 독일어로 진행하며 환호를 받았다. 네빌이 기억해야 할 점이다.

또한 구단주 피터 림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구단주 피터 림과 잉글랜드 7부리그 팀 살포드 FC를 공동 소유하며 다진 친분 관계를 통해 감독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네빌이 피터 림의 눈밖에 난다면 힘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가대표 수석코치 직을 그만두지 않은 상태이며, 이번 여름이적시장의 영입이 상당히 문제점이 많아보인다는 것 등등 네빌이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네빌의 성공에 물음표가 달라붙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iii) 두 경기를 통해 본 네빌


Match 1. 올림피크 리옹 (0-2 패)


'파레호 시프트' 를 사용할 것을 경기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몇 년 전에도 다른 감독에 의해 사용된 적이 있는 전술이나 파레호의 수비력과 주력 문제로 좋지 않은 전술로 드러났기에 상당히 의외였다. 그래도 이 시프트는 나쁘진 않았다.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파레호는 새로운 위치에서도 전진과 후퇴를 적절하게 해 주면서 양쪽으로 공격의 활로를 잘 열어주었다.

하지만 전반 22분만에 공수를 넘나들면서 연결고리를 해 줄 엔소 페레스가 부상당하면서 네빌은 첫 교체를 원치않게 써야만 했다. 이후 페레스 대신 푸에고가 들어오면서 네빌은 자신이 들고온 전략을 수정해야만 했다. 

교체 이후 코르네에게 실점한 발렌시아는 후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네그레도를 투입하고 좌우 가릴 것 없이 크로스를 남발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크로스는 별 소득이 없었고 번번히 허용한 역습에선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을 많이 내주었다. 맞이한 역습상황에서 수차례 선방을 보여준 하우메 도메네크 골키퍼는 결국 라카제트에게 한 골을 더 허용하고 말았고 네빌의 감독 데뷔전은 0-2 패배로 끝이났다.





전반의 파레호, 센터백의 사이에서 경기의 지휘를 담당한다.



후반의 파레호, 전에 하던대로 푸에고 위에서 넓게 움직인다.



경기에서 보여준 문제점은 적지 않았다. 좌우측 2선에 포진해 있던 산티 미나와 로드리고 데 폴은 사실상 한 것이 없고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을 중앙 미드필더 다닐루 바르보사는 공수 양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파레호가 측면으로 벌려주는 공은 의미없는 크로스를 통해 공을 넘겨주었고, 아래에 있던 파레호가 조금씩 전진할 때마다 위기상황이 초래되었다. 나름 잘 짜온 경기였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에 네빌의 변화가 적절치 못한 결과로 보여진다.


Match 2. 에이바르 (1-1 무)


경기 전부터 '안드레 고메스를 쓸 것이다.', '에이바르 동영상을 많이 봤다.' 등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을 피력한 네빌, 하지만 경기를 시작해보니 시종일관 에이바르에게 압도당했다. 케코와 안데르 카파는 다소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풀백인 오르반을 쉽게 공략했고 그 쪽에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또한 세르지 엔리치와 보르하 바스톤은 계속하여 발렌시아의 수비라인은 압박하고 위협하였으며 자신들의 경기를 펼쳐나갔다.

발렌시아는 에이바르의 거친 압박에 힘겨워했다. 특히나 중원에 선 세 명의 미드필더 푸에고, 안드레 고메스 ,다닐루 바르보사는 압박에 자주 공을 잃었고 패스미스를 난발했다. 중앙에서의 볼 순환이 안되니 파코는 고립되었고 발렌시아는 전반전에 제대로 된 슛팅 하나 때리지 못했다.

후반엔 악재가 겹쳐 오르반이 약간 억울한 만한 파울로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비록 수적 열세에 처했지만 그 상황에서 네빌은 다닐루를 빼고 가야를, 바라간을 빼고 네그레도를 넣으면서 약간은 지친 에이바르를 몰아부친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네그레도의 패스를 받은 고메스의 슛이 골이 되며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발렌시아는 위와 같이 굉장히 높은 지역에서 시작되는 압박에 힘겨워했다.






한 골 앞선 상황에서 에이바르는 상대의 공격 진영에 머무는 선수가 매우 많았을 정도로 발렌시아를 계속적으로 압박하였고 



그 결과 중앙미드필더 다닐루는 29%라는 형편없는 패스 성공률 수치를 기록하면서 교체아웃되었다.


이 경기는 발렌시아에게 매우 불운했지만 전반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경기 내내 끌려다닌 것에 대한 네빌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상당히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을 구사하는 상대로 다소 선이 굵은 축구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텐데 약간은 아쉬웠다. 비록 가용자원의 한계가 있다곤 하나 발렌시아 선수단 정도라면 에이바르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녀서는 안 되었다.



 - 네빌을 위한 변명과 당면 과제


네빌이 감독을 맡게 된 시점은 매우 좋지 않다. 감독 부임 첫 경기부터 챔피언스리그 16강행이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를 치렀고 곧 휴식기가 온다고는 하지만 헤타페, 비야레알 등 승점을 꼭 얻어가야 할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푸에고 하나뿐인 언밸런스한 스쿼드, 곧 나갈것으로 보이는 페굴리와 2선 측면에 부적합한 산티 미나와 로드리고 데폴까지, 문제점이 여럿 보인다. 또한 네빌의 첫 경기에는 페레스와 안드레 고메스의 부상, 두 번째 경기에는 파레호의 경고 누적 등 100%를 보여줄 여건이 안되었다. 또한 두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비록 6개월의 단기 계약이라고는 하지만 몇 경기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네빌은 어서 빨리 발렌시아에게 적절한 것을 찾아야 한다. 발렌시아는 아주 뛰어난 라인브레이커 파코를 갖고 있고 공격력이 뛰어난 좌우측 풀백 가야와 칸셀루가 있다. 또한 파레호와 안드레 고메스, 푸에고 세 명이 중원을 이룰 때 가장 안정적이었고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들을 하나 둘 유념하여 발렌시아에게 맞는 옷을 입힌다면 뛰어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팀인만큼 다시 올라갈 수 있으리라 본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셀타 비고와의 승점차는 아직 그렇게 크지 않다. 단순한 분석가가 아닌 뛰어난 감독으로도 진일보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