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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라리가 칼럼] 에이바르의 아름다운 도전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가 어느덧 중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가공할 만한 MSN의 화력, 약진하는 아틀레티코, 선전하는 비야레알 등 우수한 여러 팀 속에 유난히 현재의 위치가 낯선 한 팀이 있다. 바로 에이바르이다.


지난 시즌 리그 18위를 기록하면서 강등되어야 했지만 13위를 기록했던 엘체가 재정상의 문제로 강등되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에이바르는 현재 리그 7위에 랭크되어 있다. 세비야, 발렌시아, 소시에다드 등 내로라하는 명문들을 제치고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올라온 에이바르,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꽤 남았지만 그 팀의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려 한다.


1. 암울했던 시즌 초


지난 시즌 기적적으로 세군다에서 승격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중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어려움을 보이며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에이바르, 비록 엘체의 도움으로 프리메라리가에서 살아남았다곤 하나 새로운 시즌의 준비과정부터 쉽진 않았다. 가이스카 가르티노 감독의 자진 사임으로 감독이 공석이 되었고 수많았던 주전급 임대선수들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면서 당장 경기를 뛸 선수조차 부족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베팅사이트들은 에이바르를 유력한 강등후보로 지명하였다.



 

[시즌 시작 전 프리메라리가 강등 배당률, 두 사이트에서 3위와 1위를 기록중이다. 출처 - sportsbookpreview.com]



게다가 이적시장의 행보 역시 그렇게 우수하진 않았다. 감독으로 선임한 멘딜리바르는 비록 바야돌리드와 오사수나에서 꽤 오랫동안 감독을 했던 베테랑이었지만 오사수나에서 7위를 기록했던 한 시즌을 제외하곤 프리메라리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감독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 시즌 레반테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장 먼저 경질당한 감독이고, 오사수나 감독시절 리그 3경기만에 초고속으로 해임당한 이력 역시 보유하는 등 소위 말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감독이었다.


선수 영입 역시 아쉬웠다. 물론 에이바르의 재정상황에 비추어보면 최대한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영입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중요한 선수였던 에네코 보베다가 떠난 자리에 어떠한 영입도 없었고 피오바카리나 아브라함 미네루 등 준수했던 선수들에 대한 임대 연장 역시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보르하 바스톤 정도를 제외하면 영입된 선수들의 대부분이 2부리그를 전전하는 선수 혹은 라리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선수였다. 강등 유력 후보 1순위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식어였다. 





[에이바르의 이번 시즌 이적시장, 호타의 경우는 겨울이적시장의 영입이다. 출처- 트랜스퍼마크트]



2.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승세, 오지 않은 침체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물 간 멘딜리바르 감독은 개막 후 12경기에서 단 2패만을 기록하면서 라리가의 순위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비록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샤 등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전패했지만 그라나다, 라요, 헤타페 등 잡을 수 있는 경기에서 항상 승점 3점을 챙겼으며 비야레알, 발렌시아 등의 중상위권 팀을 상대로도 승점을 따면서 실리적인 축구를 했다. 그 결과 22라운드를 마친 현재 7위에 랭크되어 있다.


물론 위험요소는 있다. 지난 시즌도 이맘 때 쯤까지 리그에서 8위를 기록하면서 강등과 꽤 멀어져 있었으나 거짓말처럼 18라운드부터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1승 3무 15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거두면서 순위가 10계단이나 떨어졌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에이바르는 건재하고 지난 시즌과는 달리 여러 포지션에 부진한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도 꽤나 있다. skybet에 경우 에이바르의 강등 배당률로 200을 명시하였고 에이바르 강등을 닫은 사이트도 있다. 이번 시즌은 저번의 에이바르와는 다를 것이라 본다.




[에이바르 강등 배당률 200, 발렌시아보다 희박한 강등확률이다. 출처 - oddschecker]



3. 에이바르의 성공을 이끈 몇몇 특징들


가장 섬세하고 기술적인 축구를 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에이바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차별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짧은 패스를 통해 풀어나가는 공격 전개나 천재적인 미드필더를 항시 거쳐가는 일반적인 라리가의 공격 전개와는 달리 에이바르에겐 영국적인 축구의 색채가 짙게 뭍어있다. 프리메라리가 20개 팀중 가장 낮은 짧은 패스의 비율과 가장 높은 롱패스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평균 패스 거리도 가장 긴 수준(21m) 이다. 





위 사진은 말라가와의 지난 경기 선발 라인업이다. 주장 다니 가르시아는 주로 좌우측으로 공을 벌려주는 롱패스를 자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그와 짝을 이루는 에스칼렌테는 자주 전진하지 않으면서 상대 선수를 (때로는 높은 라인에서도) 압박하는 역할을 한다. 공격 과정에서 케코는 정말 단순하게 라인브레이킹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누이 혹은 사울 베르혼은 박스 내에서 공격숫자를 늘리면서 때론 슛팅에도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안데르 카파 역시 공격에 원활하게 가담하여 상대 왼쪽라인을 자주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큼직한 패스와 좌우 측면을 통한 공격, 공격과정에 큰 가담을 않는 두 미드필더, 이런 단순하고 다른 스타일의 공격은 중하위권의 팀들에겐 큰 어려움을 준다.


또한 에이바르의 선수들은 쉬지 않고 압박한다. 이기고 있는 중에도 중앙선 위부터 압박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두 명의 미드필더는 약간은 거칠게 상대를 괴롭힌다. 계속적인 압박으로 탈압박에 장점을 가진 선수가 많이 부족한 중위권팀들은 패스 성공률이 70%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고 에이바르는 중앙선 위에서 패스를 차단하여 득점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꽤 있다. 초반부터 많이 뛰는 축구를 하기에 후반 막판 체력이 소진되면서 90분동안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충분히 에이바르는 자신만의 색깔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 앞으로의 에이바르는


앞으로 16경기가 남았다. 후반기 체력문제로 이 경기력을 이렇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두 경기에서 말라가와 빌바오에게 졌고 다음경기 상대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셀타 비고 인 만큼 당분간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바르의 라운드 별 순위, 22라운드에서 하락했던 지난 시즌을 잊어선 안된다.]



하지만 임대 온 호타는 세군다에서 베스트 11 경력이 있을 정도로 기대가 되는 선수이고 3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고 있는 보르하 바스톤의 컨디션 역시 심상치 않다. 기적을 만들어가는 에이바르는 과연 어느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