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유로 우승을 시작으로 스페인 축구는 몇 년동안 세계 축구의 최정상에 있었다. 유로 2회 우승, 월드컵 1회 우승을 통해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사비, 이니에스타, 비야, 라모스, 카시야스 등을 필두로 스페인 축구는 짧은 패스라는 축구 철학을 유행시켰고 "티키 타카"라는 말을 전세계로 유행시켰다. 그 나라에는 우리나라 역시 포함되어서 한동안 축구의 이상 목표를 스페인 축구로 설정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짧은 패스를 통한 지배라는 축구 이념은 실제로 다른 팀을 상대하면서 시종일관 지배하는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높은 패스 성공률로 상대를 지치게 한 후 아름다운 골장면을 만들곤 했는데 그 철학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 짧은 패스가 경기의 전체의 흐름을 가져올 순 있으나 경기를 결정짓긴 어렵다고 말하면서 비판한다. 실제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역시 철학적인 부분이나 스쿼드의 변화, 전술의 변화는 많이 없었고 그것에 대한 파훼법이 나왔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흔들렸던 수비와 결정지어주지 못한 공격진의 문제가 컸다고 본다.
스페인이 우승했던 세 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스페인이 크게 압도하면서 우승을 했다고 보여지지만 경기를 살펴보면 한 점차 승리, 1-0 승리가 매우 많다. 특히나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첫 경기 스위스전 1-0패, 온두라스전 2-0승, 칠레전 2-1 승 2승 1패로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토너먼트 4경기에선 모두 1-0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그 결승골들은 대부분 비야가 만들어냈고 무실점이 5경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포커스는 적은 기회에서 골을 만들어낸 원톱과 단단했던 수비진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푸욜의 은퇴 이후 대부분의 경기를 피케와 라모스가 호흡을 맞춰왔다. 물론 2014년 월드컵에서 5실점을 할 때도 이 둘의 조합이었지만 피케와 라모스 이 둘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아르마다의 뒷문을 책임졌다. 2016년 조지아에게 충격패,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전 연패로 유로 탈락 이후 두 조합이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스페인은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25경기 무패행진, 월드컵 러시아 전 탈락은 승부차기 패배로 무승부 처리) 하지만 현재 피케는 대표팀 은퇴를 했고 라모스 역시 언제 은퇴를 선언하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다른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의 걸출한 국가만 보더라도 바란, 움티티, 코시엘니, 라미, 주마, 라포르테 / 훔멜스, 보아텡, 쥘레, 무스타피, 뤼디거, 긴터, 슐츠, 틸로 케러, 조나단 타 등 다양한 센터백 풀이 있는 것에 반면 스페인은 이 둘을 대신할 명단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다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된 것일까?
1. 성장하지 못한 90년대 초반 센터백들
가장 큰 이유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센터백들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 생의 센터백 중에서도 유망한 선수들이 꽤나 있었다. 21세 이하 대표팀 명단에 소집된 선수들 중 이 나이대에 대표팀에 소집된 이력이 있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바르샤 센터백 유망주들의 몰락, 하지만 이 당시 저 셋은 꽤나 유망했다.]
- 빅토르 루이스
- 빅토르 라과디아
- 안드레우 폰타스
- 키코 올리바스
- 라울 고니
- 알바로 도밍게스
- 알베르토 보티아
- 하비 마르티네스 (당시엔 수비형 미드필더)
- 미켈 산 호세 (당시엔 수비형 미드필더)
- 다니엘 아얄라
- 마크 바르트라
- 마크 무니에사
- 조르디 아마트
- 이니고 마르티네스
- 알바로 곤살레스
- 나초 페르난데스
- 이그나시 미켈
- 세르히 고메스
- 파블로 인수아
- 이스라엘 푸에르토
스페인 21세 이하 팀은 최고의 팀이었다. 10/11, 12/13 두 차례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당시 유망주 풀이 넘쳐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위에 나열한 선수들이 언젠가 국가대표에 소집되어 활약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위 선수들의 A매치 경력을 다 합쳐도 라모스의 반절도 되지 않는다.
이름 | 소속팀 | A매치 기록 | 비고 |
빅토르 루이스 | 비야레알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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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라과디아 | 알라베스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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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우 폰타스 | 캔자스 시티 | 13 | MLS 행 |
키코 올리바스 | 레알 바야돌리드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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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고니 | 은퇴 | 없음 | [부상으로 은퇴] |
알바로 도밍게스 | 은퇴 | 2 | [부상으로 은퇴] |
알베르토 보티아 | 알 힐랄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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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마르티네스 | 바이에른 뮌헨 | 18 | 친선경기가 10경기 |
미켈 산 호세 | 아틀레틱 빌바오 | 7 | 친선경기가 6경기 |
다니엘 아얄라 | 미들즈브러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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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바르트라 | 레알 베티스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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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무니에사 | 지로나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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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디 아마트 | 라요 바예카노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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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고 마르티네스 | 아틀레틱 빌바오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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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곤살레스 | 비야레알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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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초 페르난데스 | 레알 마드리드 | 19 | 대부분 라이트백 |
이그나시 미켈 | 헤타페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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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 고메스 | 세비야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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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인수아 | 우에스카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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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푸에르토 | 레크레아티보 | 없음 | 3부리그 소속 |
제라르 피케 | 바르셀로나 | 103 | [은퇴] |
세르히오 라모스 | 레알 마드리드 | 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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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뽑을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하다. 먼저 실패한 이적을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다.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세르히 고메스는 바르샤에서 1군 장벽을 뚫지 못하고 셀타로 떠났다. 그곳에서 성장하면서 세비야로 이적하며 한 단계 도약했지만 국가대표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조르디 아마트 역시 촉망받는 선수였다. 1992년생의 어린 선수였는데 2009년에 1부리그 데뷔를 하였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센터백이었지만 스완지 이적이 악수였다. 스완지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며 폼이 떨어졌고 이제야 베티스를 거쳐 라요에 정착했지만 예전 그모습은 아니다.
이니고 마르티네스는 4경기밖에 뛰지 못한 것이 약간 의아할 것이다. 그래도 바르샤 이적설이 돌 만큼 능력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집될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것이 매우 아쉽다.
바르트라 역시도 도르트문트 이적 이후 폼이 완전 떨어졌다. 바르샤의 후순위 옵션일 때에는 국가대표 소집 후 월드컵 스쿼드에도 포함되었지만 쭉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나마 베티스 이적 이후 폼을 빠르게 되찾아가곤 있지만 국가대표 소집을 하기 위해선 더 보여줘야할 것이 있어보인다.
그 밖에도 스토크 시티가서 평범해진 마크 무니에사, 꽤나 소집이 되었지만 풀백으로 분류되었던 나초 페르난데스, 많이 소집되긴 하였지만 주로 교체로, 주로 친선경기에나 투입되었던 스페인 색깔에 맞지 않았던 하비 마르티네스 (센터백으로 출장은 적음), 그와 비슷한 미켈 산 호세, 유망했고 U-21 주장이었지만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지속적인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한 알바로 도밍게스 등 스페인의 센터백은 라모스와 피케에 가려져서 드러나진 않았지만 앞으로 위기가 올 듯 하다.
지켜봐야할 것은 이번 잉글랜드와의 친선전에선 나초 페르난데스가 센터백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다재다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왼쪽, 오른쪽, 중앙 모두 플레이가 가능한 나초를 중앙자원으로 여긴다면 앞으로 아스필리쿠에타, 카르바할 등 오른쪽에 설 수 있는 선수들도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으니 윈윈일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 능력을 볼 때 중앙보단 측면에서 나초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기에 이 선택은 어느정도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비슷한 스타일의 센터백, 비야레알과 로마 전을 통해 본 위기
게다가 위의 센터백들은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큰 키에 빌드업능력을 갖추었고 수비진영부터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또한 180초중반의 키에 주력은 괜찮지만 공중볼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인다. 피케와 라모스가 클러치 능력을 갖춘 선수이고 공중볼에 강점을 갖는 선수임을 감안한다면 이후 라모스까지 은퇴를 했을 경우 스페인을 힘으로 눌러버리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감독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제코의 해트트릭, 4-0으로 비야레알을 꺾은 로마
이러한 생각을 처음 갖게 한 경기는 2017년에 있었던 비야레알과 AS로마의 유로파리그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센터백으로 나온 무사치오와 빅토르 루이스는 시종일관 190이 넘는 제코에게 힘겨워했으며 비야레알의 홈구장인 엘 마드리갈에서 4-0으로 패배했다. 작은 센터백 둘이 나왔을 경우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 경기라고 생각하며 상당히 지속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유로파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갖춘 상위 7개의 클럽 역시 스페인 국적의 센터백이 많이 없다. 발렌시아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없고 세비야는 세르히 고메스, 비야레알은 빅토르 루이스, 소시에다드의 디에고 요렌테 정도이며 바르샤 역시 피케 제외 스페인 센터백이 1군에 없고 레알 마드리드가 그나마 스페인 국적의 선수를 많이 보유중이다. 프리미어리그가 한 때 외국인이 많아 자국 국가대표의 전력이 약화된 것 처럼 스페인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 앞으로는 어떨까?
[차례대로 바예호 - 누네스(앞) - 메레]
앞으로는 어떨까? 피케와 라모스를 대체할 센터백 유망주는 없을까?
앞으로 역시 비슷한 흐름일 듯 해 보인다. 현재 보이는 스페인 센터백 유망주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헤수스 바예호, 쾰른의 호르헤 메레, 빌바오의 우나이 누네스 정도가 보이는데 바예호는 현재 바란과 라모스를 뚫고 한 자리를 잡긴 힘겨워 보이고 호르헤 메레 역시 쾰른의 강등으로 1부리그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었다. 우나이 누네스는 간간히 주전으로 나와 괜찮은 모습을 보이지만 이니고 마르티네스, 예라이 알바레스, 미켈 산 호세 등의 기존 자원과 아래서 치고나오는 99년생 페루 놀라스코아인의 성장 또한 무섭기 때문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쉽진 않아 보인다.
스페인은 현재 기회를 주어야할 시간으로 보여진다. 길게 보더라도 A매치 150경기를 넘게 소화한 라모스는 이제 2년 정도 후면 국가대표에서 은퇴할 것 같다. 그 이후 스페인의 센터백은 어떻게 꾸려야 할 지 판단이 안 선다. 신임 감독 루이스 엔리케 역시 센터백 카드 4장으로 라모스와 나초, 이니고 마르티네스를 선발하면서 추가로 33살의 라울 알비올을 뽑은 것을 봤을 때 위에 나열한 선수 + 새로 관찰했던 선수에게 큰 믿음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남은 기간동안 이 선수들 혹은 새로운 선수에 대한 테스트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 피케와 라모스 덕에 긴 영광을 누렸던 스페인, 이제는 새로운 대안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제 2의 피케, 제 2의 라모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