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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프리메라리가 칼럼] 파격적이지만 불안한 세비야, 성공 혹은 실패?

7월에 마무리된 유로 2016으로 인해 다른 시즌보다 유럽 주요 리그들의 개막이 늦어졌다. 지난 주 시작된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이번주에는 이탈리아의 세리에 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가 개막하였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개막전은 흥미롭게 진행되었고 세비야는 홈에서 에스파뇰을 맞아 무려 6-4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개막전을 기분좋은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로운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하지만 이번경기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앞서 경기한 한 번의 슈퍼컵, 두 번의 수페르 코파, 그리고 이번 라리가 개막전을 통해 내가 본 세비야의 문제점에 대해 한 번 지적해 보겠다. 



- 지나치게 공격적인 3-5-2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는 삼파올리 감독의 지도 아래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단기간의 컵대회에서 삼파올리 감독은 다른 팀들이 많이 해오지 않았던 전술을 사용하였고 그것은 유효했다.





위의 사진 두 컷은 2014월드컵 이전 스페인과의 평가전 사진인데 사진을 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쓰리백을 사용하였고 칠레의 두 풀백이 보통 풀백이 있어야 할 위치보다 훨씬 더 전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위의 사진은 삼파올리가 지휘한 칠레의 마지막 경기,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의 라인업이다. 얼핏 봐선 특이점이 없어보이지만 두 명의 센터백 5번 프란시스코 실바, 17번 개리 메델은 주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또한 이 둘은 키가 180도 되지 않아 공중볼에 큰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칠레는 놀라운 기록을 써 내려갔고 그랬기에 삼파올리가 세비야까지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위 포메이션 상으로는 4-1-2-1-2 비슷하게 나열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 뛴 모습은 두 풀백(보세쥬르, 이슬라)의 움직임, 21번 수비형 미드필더의 움직임(마르셀로 디아스)을 따져보면 쓰리백에 가까운 듯 하다.]


이러한 포메이션을 베이스로 하는 삼파올리는 세비야로 가면서 자신의 철학을 더욱 강화시켰다. 




위의 포메이션은 오늘 있었던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삼파올리가 들고 나온 3-5-2이다. 여기서 정통 센터백은 21번 니코 파레하 하나 뿐이고 센터백 양쪽의 마리아노 페레이라(25), 가브리엘 메르까도(24)는 주로 소화하는 포지션이 풀백이지만 센터백 자리에 위치해 있다. 또한 기요타케 히로시(14), 프랑코 바스케스(22), 파블로 사라비아(17), 비톨로(20)은 모두 2선 자원으로 공격시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투 톱인 루시아노 비에토(9), 위삼 벤 예데르(12)는 본인 포지션이 최전방 공격수인 만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함을 생각해 본다면 진정한 포지션의 파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센터백으로 출전한 마리아노 페레이라의 히트맵이다. 지난 리알마드리드와의 슈퍼컵 때 윙으로 출전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풀백이 주 포지션인 마리아노는 센터백임에도 자신의 공격재능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극단적 공격이 가져온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반 43분 에스파뇰의 역습 시도로 빅토르 산체스에게 실점하는 장면인데 에스파뇰의 두 선수가 중앙선을 넘고 있는데도 공격에 가담했던 2선 선수들 중 아무도 압박을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또한 수비에 가담하는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은존지(15), 센터백이었던 파레하(21), 메르카도(24)뿐이었다. 역습상황에서 공격을 막아내려면 상대편보다 수적 우위를 가져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에 상대 팀 에스파뇰에게 선택지를 많이 주었고, 에스파뇰은 쉽게 득점했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세비야는 에스파뇰의 간헐적인 역습에 고전했다. 다행스럽게도 후반에 에스파뇰은 수비적인 움직임으로 변화했고, 그 수비를 뚫은 세비야가 승리를 챙겼지만 에스파뇰이 발 빠르고 혼자서 골을 만들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하나 정도 더 있었다면 결과는 다를 수도 있었다.



- 수비의 핵 은존지, 그가 없으면?



이번 경기를 보면서 세비야의 핵심은 은존지라는 것을 다시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세비야는 3선을 창의성을 가진 선수로 채우기보단 피지컬적으로 우월한 선수를 여럿 배치하면서 공중볼의 이점을 가져갔고, 많이 뛰어주면서 2선을 거쳐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덕분에 세비야에선 크리호비악, 이보라, 은존지같은 선수가 중용되었다. 하지만 시즌 시작 전 크리호비악이 파리 생제르망으로 떠났고 감독이 바뀌면서 선발출장할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가 2에서 1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은존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부담을 잘 소화하고 있다.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은존지는 6회의 공중볼 경합 승리, 86%의 패스 성공, 4회의 태클 성공, 3회의 클리어링, 2회의 인터셉트를 기록했다. 또한 롱패스의 정확성까지 갖추게 된 은존지는 이적 초기 허둥대던 모습은 완전히 지우고 핵심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은존지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세비야는 급격히 추락할 지도 모른다.



- 토너먼트가 아니다. 체력적인 문제 



삼파올리가 칠레에서 거둔 성공을 떠올릴 때 빠져서 안되는 것은 그가 컵 대회를 치른 것이지 풀리그를 치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삼파올리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삼파올리가 지향하는 축구는 많은 활동량,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위 히트맵은 왼쪽 윙어로 출전한 비톨로의 히트맵이다. 비톨로는 메르카도와 어느정도 수비의 부담을 나누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많이 보였지만 수비시에는 박스 안까지 진입하였고 공격시에는 상대 팀 박스까지 들어가며 골을 노렸다. 비단 이것은 비톨로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두 명의 공격수와 좀 더 공격적이었던 프랑코 바스케스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많이 내려와 주었고 이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 선수들이 내려오지 않아 실점을 초래한 장면이 있었긴 하다.)



삼파올리 최고의 성과 코파아메리카 우승, 하지만 컵과 리그는 엄연히 다름을 인지하자



하지만 이들이 한 시즌 내내 이 모습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삼파올리와 철학을 공유하는 마르셀로 비엘사가 마르세유를 지도할 당시  초반엔 리그 1위를 위협하는 위치였지만 후반 체력문제가 도드라지며 4위에 가까스로 위치하며 시즌을 마쳤다. 그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 2선에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였지만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까지 병행하기엔 다소 무리있는 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 수비와 골키퍼 영입이 없다.




세비야에선 다시 보기 힘든 크리호비악의 공중볼 경합 승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수비수와 골키퍼의 영입인 듯 하다. 세비야의 현재 수비 자원 중 니코 파레하와 티모시 콜로지에쟈크는 세비야에서 뛰기엔 기량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아딜 라미는 자주 부상을 당하는 선수이고 그나마 다니엘 카리수정도가 제 역할을 해 줄만한 선수이긴 하지만 180밖에 되지 않은 키는 고민거리이다. 실제로 세비야의 중앙 수비수들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공중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난 시즌에는 크리호비악, 은존지, 이보라 등의 3선 키큰 선수들이 있기에 어느정도 덮을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에스파뇰 전에서도 은존지가 공중볼을 6개나 따냈지만 세 명의 센터백은 합쳐서 3개에 그쳤다.) 공중볼에 능한 센터백의 영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삼파올리가 치른 월드컵 조별리그 호주전에서 공중볼에 강점을 보인 케이힐에게 고전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스페인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리그이긴 하지만 약팀 중 몇 팀에게는 아직 공중전에 강한 타켓터가 있다. 그러한 공격수에게 대항할 만 한 수준급 센터백이 왔으면 한다.


또한 골키퍼 영입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스페인의 세 번째 골키퍼로 꾸준히 차출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르히오 리코는 베투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하면서 세비야가 베투를 방출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보여준 리코의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다. 현재 세컨드 키퍼인 다비드 소리아가 부상중인 만큼 리코의 경쟁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유로파 3연패의 세비야에겐 에메리의 이탈만큼 더 큰 위기는 없었던 듯 하다. 감독이 바뀌면 당연히 과도기는 있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도기에 겪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이걸을 잘 버텨낸다면 세비야는 또 하나의 색깔있는 팀으로 재탄생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또 한번 암흑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삼파올리의 입맛에 맞는 선수단은 다른 감독이 느끼기엔 포지션이 한 쪽으로 편중된 선수단일 것이다. 그러한 위기를 겪지 않도록 삼파올리의 세비야가 성공하길 바란다.




....실패할 것 같지만...2월 쯤 경질당할 것으로 본다. 삼파올리의 세비야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