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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 리뷰]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사라진 라리가, 타겟터에 당하다.




다른 리그에 비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러한 명성과 같이 라리가 팀은 드리블, 발재간이 뛰어난테크니션들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주전급 최전방 공격수에서 두드러진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네그레도, 요렌테, 디에고 코스타와 같이 힘이 좋으면서 전방으로 한 번에 오는 공을 바로 슛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있었다. 말라가에서 뛰었던 살로몬 론돈, 마요르카 소속의 토메르 헤메드, 라싱과 발렌시아에서 뛰었던 니콜라 지기치와 같은 선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선수들은 팀을 옮기거나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고 그 자리를 상당히 기술적이고 빠르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체하게 되었다. 또한 원래 팀에 남아있던 타겟형 스트라이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신의 고유 스타일을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다. 빌바오의 아리츠 아두리스 역시 뛰어난 헤딩을 겸비한 타겟터에 가까운 스타일이였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우측면으로 빠지면서 라울 가르시아나 이냐키 윌리엄스에게 중앙공격수의 자리를 내주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위 : 15년 3월, 아래 : 17년 1월의 아두리스 움직임. 같은 감독, 비슷한 선수구성임에도 최근 아두리스가 훨씬 측면지향적]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면서 수비수들은 점점 덩치 크고 위협적인 공격수를 상대할 기회를 잃어갔다. 그러면서 과르디올라식 축구에 대한 유행이 퍼지면서 발밑이 좋은 수비수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대부분의 라리가 팀들이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태클이나 인터셉트, 맨마킹과 같은 수비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중요치가 떨어져있다. 또한 현대축구의 수비체계는 상당히 조직적이고 수비수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때론 최전방 공격수까지 수비에 가담하기 때문에 수비수들에겐 상황이 전보다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골키퍼는 대체로 롱패스, 라리가 골키퍼는 숏패스 비중이 높다. 숏패스는 대부분 수비수를 향하기 때문에 수비수의 빌드업 능력은 스페인쪽에서 더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라리가 선수들이 오랜만에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만날 경우 나온다. 오늘 열린 유로파리그에서 스페인 대표로 참여한 세 팀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셀타 비고와 비야레알은 홈에서 패했고 아틀레틱 빌바오는 아포엘을 이기긴 했지만 원정골을 두 골이나 내주면서 2차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세 경기의 공통점은 세 팀 모두 큰 키와 강한 힘을 갖춘 타겟형 스트라이커에 꽤나 고전했다는 데에 있다. 비야레알은 로마의 에딘 제코에게 후반 역습상황에서 내리 세 골을 내주면서 0-4로 완패했다. 특히 제코의 두 번째 골 과정에서 비야레알의 센터백 빅토르 루이스는 제코와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밀리며 일대일 찬스를 내주었고 제코는 여유있게 득점에 성공했다. 셀타는 홈구장 발라이도스에서 샤흐타르를 맞아 0-1로 패배했는데 유일한 득점자는 191cm의 장신공격수 구스타보 블랑코였다. 셀타의 두 센터백 카브랄과 론카글리아는 각각 182, 178cm로 수비수치곤 키가 작은 편이다. 그 점을 잘 노린 구스타보 블랑코는 골 장면 뿐만 아니라 공중볼 경합과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귀중한 원정승을 챙길 수 있었다.


빌바오를 상대로 잘 싸운 아포엘 역시 '이고르 카마르고' 라는 타겟터가 있었다. 30분 남짓밖에 뛸 기회가 없었던 카마르고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카마르고는 예라이와 라포르테를 상대로 모든 공중 볼 경합에서 승리하였고 본인에게 집중 견제가 들어온 후반 막판에는 센스있는 패스로 팀의 마지막 골을 도왔다. 뿐만 아니라 한번도 공 소유권을 넘겨 준 적이 없고 파울까지 많이 유도하며 만점활약을 펼친 카마르고 덕에 아포엘은 홈에서 1-0 혹은 2-1로 승리하더라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만약 오늘 최악의 모습을 보인 아포엘의 소티리우 대신 카마르고가 선발로 나온다면 아포엘이 16강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세 팀 모두 골을 제외한다면 상대를 압도하거나 대등한 경기를 했다. 비야레알은 로마 상대로 같은 슈팅, 같은 유효슈팅을 날렸고 패스 성공률, 패스 숫자에서는 로마보다 더 나았다. 셀타와 빌바오는 원정 온 상대팀을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압도했지만 미숙한 타겟터에 대한 대처가 실패를 불렀다고 생각한다. 라리가 세 팀이 대표해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겟터 기용을 시대지난 스타일로 보기 보단 하나의 다른 전술로 여기고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또한 더불어 승격 팀들이 이러한 전술을 사용해 보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켜 보는건 어떨까 싶다. 라리가 하위권 팀들은 오늘 경기를 보면서 중상위권 팀들을 부디 공략해 보길 바란다.



+ 카마르고를 보면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 전의 슬리마니가 생각났다. 김영권과 홍정호 두 선수 역시 공을 예쁘게 차려하는 스타일에 가깝고 190에 가까운 슬리마니와 같은 스타일을 만난지 꽤 오랜만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가기 전 뛰어난 타겟터를 보유한 국가와 한 차례 이상의 평가전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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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타겟터라고 불릴만 한 라리가의 주전급 선수는 그라나다의 크라베츠, 소시에다드의 윌리안 호세 (호세는 연계가 더 강점이 있기에 딱히 타겟터라고 하기가..) 정도. 그만큼 예전처럼 장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