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칼럼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인용한 기사에는 언론사를 괄호 속에 밝일 것이고 이후 예측부분은 주관을 많이 담을 생각입니다.
* 발렌시아에 대해 잘 모를수 있는 분들을 위한 인물 정리
- 피터 림 : 발렌시아 구단주, 싱가폴 국적이며 5년 전 발렌시아 인수
- 애닐 머시 : 발렌시아 회장
- 마티유 알레마니 : 발렌시아 단장
-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 발렌시아 감독, 아니 전 감독
- 알베르트 셀라데스 : 발렌시아의 새 감독
2019년 9월 10일 피터 림은 싱가폴에서 애닐 머시 발렌시아 회장에게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고 알렸다. (Superdeporte) 이 때는 이것이 경질에 관한 건인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 후 경질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Onda Cero, Futbol Espana) 몇 시간 지나 발렌시아 홈페이지를 통해 경질했다는 소식과 함께 새 감독 알베르트 셀라데스 선임에 대한 소식이 올라왔다. 발렌시아 팬 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팬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국가대표 주간이라 축구 소식이 뜸한 시기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발렌시아가 지난 시즌 리그 4위,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몇 년만에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서였을수도 있다. 또 하나 이강인이 소속된 팀이라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감독직을 잘 수행하고 있던 마르셀리노가 경질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임도 아닌 경질,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1. 지나치게 삐걱거렸던 여름 이적시장
이번 이적시장 시작부터 발렌시아는 많이 삐걱거렸다. 선수의 영입과정도 그러했고 선수를 방출하는 작업은 더욱 그랬다. 이적시장동안 전 감독 마르셀리노와 구단주 피터림과의 충돌에 대해 정리한 기사가 있어 가져와 보았다. (MundoDeportivo)
* 피터림과 마르셀리노의 관계를 깨버린 8건의 협상 (기사는 타이틀만, 내용은 작성자 추가)
1) 토니 라토
- 토니라토는 첫 번째 케이스였다. 97년생의 왼쪽 풀백인 토니 라토는 18-19시즌 특히 좋지 못했고 95년생의 주전 호세 가야와 그 아래 센테예스, 살바 루이스 등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좀처럼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한 토니 라토를 마르셀리노는 이적시키려 했고 바이백 조항을 달고 보내려 했다.
- 하지만 피터림은 그것을 용납치 않았다. (아마 어린 선수들을 중요 재산이라 생각한 듯) 그래서 바이백보단 임대로 보낼 것을 원했고 여기서 충돌이 생겼다. 그렇게 되니 라토를 찾는 팀은 줄어들게 되었고 현재 라토는 PSV 임대 후 단 한 경기, 그것도 B팀에서 출장한 기록이 전부이다. [Superdeporte]
2) 하파엘 레앙
- 세계적인 커넥션을 갖춘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와 피터 림은 친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클럽에 호르헤 멘데스의 선수를 데려오는 것을 피터림은 선호했다.
- 이번 시즌 공격수의 영입은 발렌시아에게 꼭 필요했다. 투톱 전술을 쓰기 때문에 많은 대회를 병행하려면 적어도 4명의 공격수가 필요했고 전력 외인 루벤 소브리노, 이적할 것 같았던 산티 미나를 제외하면 둘 아니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공격수는 영입해야 했다.
- 감독 마르셀리노가 원했던 선수는 막시 고메스였다.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임과 동시에 산티 미나가 원한 클럽이 막시 고메스의 소속팀 셀타였기 때문에 딜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 하지만 피터 림은 멘데스의 선수 하파엘 레앙을 원했고 여기서도 한 차례 갈등이 있었다. 그래도 여기선 마르셀리노가 원하는 선수의 영입을 할 수 있었다.
3) 데니스 수아레스
- 마르셀리노가 발렌시아 감독을 맡기 전 비야레알에서 잘 활용했던 선수 데니스 수아레스가 바르셀로나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발렌시아는 쉽게 데니스 수아레스를 데려올 수 있었다.
- 하지만 이럴 경우 유망주들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피터 림은 생각했다. 결국 팀내 어린 선수 이강인(2001년생)과 페란 토레스(2000년생)의 기회를 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수아레스의 영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 데니스 수아레스는 현재 셀타로 이적했고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에서 발렌시아를 상대로 맹활약하면서 승점 3점을 안겼다.
4) 하피냐
- 하피냐 역시 데니스 수아레스와 같은 생각으로 영입을 원했다. 현재 발렌시아 중원에서 전진과 볼배급이 가능한 거의 유일하다싶은 선수는 다니 파레호이며 이 선수의 백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 그렇지만 이 선수도 역시 어린 선수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으며 하피냐의 건강상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영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피냐 역시 데니스 수아레스와 마찬가지로 셀타로 임대를 떠났으며 우려한 대로 부상을 당했다.
5) 안드레 실바 + 6) 호드리구 모레노
- 막시 고메스와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도 있다. 공격수 영입이 필요했던 발렌시아였다.
- 또한 여기선 피터 림의 욕심도 약간 작용했다. 전성기인 호드리구를 팔아 재정적인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 피터림 구단주 취임 후 3천만 유로에 영입한 호드리구의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였을 뿐더러 이번이 제값을 팔기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했던 모양, 오가는 예상 이적료는 6천만유로 언저리였다.
-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이 닫히고 호드리구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묘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삼각 트레이드.
- 호드리구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보내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헬 코레아를 AC밀란으로, AC밀란의 안드레 실바를 발렌시아로 데려오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피터림, 하지만 마르셀리노는 세비야와 AC밀란에서 바닥을 보여준 안드레 실바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감독이 아니었다.
- 여기서 중요한 건 감독과 선수의 의사가 모두 배제된 채 구단주 독단으로 친한 에이전트와 이적을 추진한 점. 마르셀리노는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절제된 표현을 하긴 했지만 여러 언론사에서는 마르셀리노가 피터림이 자신과 코칭스탭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기사를 냈다. (Levante-EMV)
- 결국 이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호드리구는 선수단에게 작별인사 + 훈련제외 등 멘탈에 흠집이 갈만한 사건을 겪었다.
7) 이강인
- 이강인 역시도 마르셀리노와 피터 림의 사이를 깬 선수 중 하나이다.
- 지난 U-20 골든볼에 선정된 이강인을 피터 림은 팀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이며 주전 경쟁이 가능한 상태로 판단했다. 따라서 다른 선수의 영입이 이강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 하지만 마르셀리노는 이강인의 포지션이나 부각되는 약점들 때문에 아직은 경험을 쌓는 것이 먼저라고 보았다.
- 이러한 의견차이는 결국 지지부진한 영입으로 이어졌고 끝끝내 동포지션에 추가적인 영입없이 이적시장이 마무리 되었다. 또한 이강인은 팀에 잔류하게 되었다.
8) 티에리 코레아
- (개인적인 시각으론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발렌시아의 오른쪽 풀백의 뎁쓰가 좋진 않다. 주전급인 크리스티아노 피치니와 윙, 중앙 미드필더, 풀백을 모두 소화가능한 다니 바스가 오른쪽 풀백으로 분류되는 선수이다.
- 그런데 피치니가 장기부상을 당하면서 영입이 불가피했다. 당시 나폴리의 엘세이드 히사이를 임대한다는 뉴스도 많이 나왔지만 결국 선택은 스포르팅의 티에리 코레아 완전 영입이었다.
- 마르셀리노 감독은 코레아에게 쓰인 1200만 유로에 대해 아쉬워했으며 영입하지 못한 다른 자리에 대해 아쉬워했다. (MundoDeportivo)
2. 이적시장 전부터 있던 문제들 + 경질 후 소식
여름이적시장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결국 파국에 치달았지만 결국 그 문제의 시작은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피터 림 부임 이후 본인이 앉힌 누누 상투스 감독은 첫 시즌에 4위를 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지만 그 이후 시즌부턴 12위를 연속 두번하면서 미끌어졌다. 그 당시 네빌 감독 선임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피터 림 본인의 개입이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잘 알게되었을 것이다.
[불편한 피터림과 마르셀리노]
그러면서 개입을 조금씩 줄이고 부임한 마르셀리노 및 알레마니 단장에게 점차 믿음을 주더니 성적으로 그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마르셀리노 부임 이후 발렌시아는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였고 컵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컵대회 우승 시즌 당시 초반 스타트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 파레호의 부진 및 공격수의 부진이 겹치면서 리그 테이블 절반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고 당시 피터 림 구단주는 발렌시아 감독 마르셀리노에게 코파델레이를 포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마르셀리노는 우승을 했고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11년만의 발렌시아 코파델레이 우승 (바르샤를 꺾고)]
피터림은 코파델레이 우승에 대한 한번의 축하 코멘트가 없었고 (Manolo Montalt) 이때부터 갈등이 조금씩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피터 림은 발렌시아 선수단의 눈치를 많이 보았던 듯 하다. 마르셀리노 및 발렌시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단장 알레마니 등과의 알력다툼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이적시장 막판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마르셀리노를 경질하진 않았다. 경질이 터진 것은 9월 11일, 일각에서는 경질이 이적시장 전에 이루어졌다면 선수들이 이적요청을 할 까봐 이적시장이 닫힌 후 경질을 했다는 말도 있다. (Julio Insa)
경질 소식 역시 마르셀리노는 구단주 통보가 아닌 기자들에게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경질 후 선수단과의 마지막 인사에서 이 선수단이 맡았던 최고의 선수단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고 한다. 선수단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선수도 있었는데 (Mundo Mestalla) 과정이 참 졸렬하고 안타깝다.
또한 이 경질 과정을 이적시장 닫히기 전인 15일 전부터 피터림은 준비했다고 한다. 그간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했는데 경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하피냐와 이강인, 그리고 마르셀리노의 발언이었다고 한다. 마르셀리노는 피터림의 투자 및 커넥션 (아마 오타멘디나 안드레 실바 등 호르헤 멘데스 사단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대한 일로 보임)에 대한 비판을 피터 림에게 하였고 그것이 피터림의 경질을 마음먹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Marca) 발렌시아 팬으로서 이러한 과정이 안타깝고 12위를 두 번 연속 한 시즌 역시 구단주의 개입이 심했고 감독의 입맛에 맞지 않은 선수들이 들어온 점 등을 생각해 봤을 때 또 한번 암흑기가 오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추가로 알레마니 단장은 현재까지는 남을 생각이라고 한다. (Cadena Ser) 하지만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3. 새 감독 셀라데스 체제에서 이강인의 입지는?
[새로운 감독 알베르트 셀라데스, 전형적인 낙하산]
개인적으로 이강인이 발렌시아 전 감독 마르셀리노 경질에 차지하는 비중은 100중에 30 이상이라고 본다. 그만큼 발렌시아 구단주 피터 림은 이강인을 좋게 보았으며 (좋게 보았다는 의미는 투자 대상으로 좋게 보았다고 생각한다. 피터 림은 아시아인이라고 이강인을 치켜 세울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성장으로 많은 이적료 수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강인 기용 문제로 감독을 경질했으니 이강인의 입지는 조금 더 탄탄해질 것이라 본다.
그런다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이강인의 성장에 득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이강인의 포지션은 너무 애매하다. 톱으로 쓰긴 느리고 중앙에 세우기엔 수비가 안되며 측면 자원으로 쓰기에도 템포를 너무 잡고 느리다. 이스코나 하메스처럼 공미였다가 측면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유형의 윙어처럼 기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강인도 마찬가지로 오른쪽 윙으로 출전기회를 늘려가는 참이었다. 하지만 감독의 변화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며 이도저도 아닌 선수로 남을지도 모른다.
셀라데스는 4-3-3을 선호하는 감독으로 이강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측 윙포워드나 아래 3미들 중 한자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출전 기회는 늘어날 지 모르나 이것이 선수에게 득이 될지는 모르겠다. 셀라데스 감독이 클럽 감독 경험이 전무한 U-21 감독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표본이 너무 없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막 잘 나가려는 팀의 다리를 잘라버린 격의 이번 결정, 발렌시아의 팬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화도 많이 난다. 이제 발렌시아로 어떤 선수가 올 것인가 걱정되기도 하고 이번 시즌 어디까지 떨어질까 안타깝기도 하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어떤 모습일지 응원없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