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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의 기적, 세비야 이야기

지난 5월 1일, 발렌시아의 홈구장 메스타야에서 펼쳐진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1차전에서 2-0승리로 가볍게 세비야가 결승전에 올라가는가 했더니 2차전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후반 경기 종료 직전까지 3-0으로 끌려갔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발렌시아의 결승행이었다.


하지만 경기종료를 단 30초남기고 드로인 상황에서 터진 스테파 음비아의 골, 그 골로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고 어떻게 이렇게 질 수가 있는지 참 어이도 없었고 허탈하기도 했지만 몇 일 뒤 생각해 보니 세비야가 이번 시즌 걸어온 행보가 참으로 경이롭게 느껴졌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떠한 축구클럽도 세비야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을 것이다. Most dramatic One, 세비야의 이번시즌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1. 시즌 시작 전


세비야는 시즌 시작 전 큰 개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었다. 그 때 당시 세비야의 회장 델 니도는 2013년 초 인터뷰에서 지난 두 시즌간 유럽클럽대항전 진출 실패[10-11,11-12시즌 9위]로 발생한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선수단 임금 4100만 유로가량을 아직 지급하지 못했으며, 선수판매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잘하던 에미르 스파히치를 2월에 러시아로 임대보낸 사건을 들 수 있다. 또한 그 시즌 12월까지 세비야는 정말 부진했다. 그래서 시즌 절반동안 22승점으로 12위를 기록했던 미첼감독을 경질하고 우나이 에메리를 데려온다. 


에메리는 잘 해줬다. 비록 최종순위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1월 중반에 부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빠르게 수습하여 프리메라리가 마지막 경기 전에 9위 헤타페와 승점이 같은 10위가 된다.


사실 마지막경기는 세비야에겐 힘든 경기였다. 잘해봐야 9위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았을 것이고, 03-04시즌 이후로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져 본 적이 없는 발렌시아이지만 발렌시아는 그 경기 전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둔 극상승세의 팀이었다. 


하지만 이적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4골을 집어넣은 네그레도, 알베르토 모레노의 헐리웃으로 얻어낸 조나스의 퇴장 등이 겹치며 발렌시아의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소시에다드에게 건내주고 세비야는 또 한번 리그를 9위로 마무리한다.




[발렌시아와 세비야의 12-13시즌 프리메라리가 최종전 하이라이트, 경기를 라이브로 본 기억이 난다.]

[콘도그비아 파울왕 너무 싫었다. 네그레도보다 금발의 11번 라키티치를 주목해서 보면 더 재밌다.]


시즌이 마무리되고 6월 12일, 세비야에겐 기적같은 소식이 하나 날아든다. 급료 미지불 등의 이유로 Uefa가 내린 FFP징계로 말라가의 유럽클럽대항전 징계가 진행되는 줄 알았으나 그것이 5월 취소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후 말라가는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한 해결을 건의하였으나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는 답과 벌금, 그리고 2년간 유럽클럽대항전 진출 금지라는 징계를 받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가만히 있으면 나갈 수 있었던 유럽클럽대항전을 괜한 중재 재판소까지 가는 수고를 해서 밥그릇을 차버린 꼴이 되었다.


또한 라요 바예카노는 라리가의 가장 가난한 클럽 중 하나이다. 매 시즌 거의 0에 가까운 이적자금으로 원래 있던 선수들을 팔고 거기서 남은 이적료를 이용해 자유계약이나 임대, 또는 변방의 선수를 싸게 영입하여서 좋은 순위를 유지하는 기적적인 팀이다. 그런 라요이기 떄문에 클럽 라이센스 발급이 힘든 상황이었고[파산기록, 재정상태 등을 고려하기 떄문] 과거 2010년 마요르카가 비야레알에 Uefa컵 진출권을 양도한 것 처럼 라요의 진출권은 다음 순위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그린 칼카나마 님의 웹툰을 링크해 두겠다.

http://comics.nate.com/webtoon/detail.php?btno=54509&bsno=315061&category=1




[12-13시즌 라리가의 모든 경기가 종료된 후 순위표이다. 세비야는 9위를 기록하고도 유로파리그에 진출했다.]


이렇듯 극적으로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세비야, 비록 9위라는 리그 순위였지만 2년연속 실패한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을 성공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시즌 전부터 잡음이 있었던 재정문제때문에 세비야는 이적시장에서 또다른 도전에 직면해야했다. 




작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나간 선수들

작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


에메리는 여름이적시장에서 큰 개혁을 단행한다. 팀의 유스출신 스타 나바스와 오랜기간동안 세비야의 원톱 자리를 책임진 네그레도를 맨체스터 시티에 보내고, 칠레의 가투소라 불리면서 세비야의 중원을 안정적으로 이끈 메델을 갓승격한 카디프로, 시즌 말미에 좋은 활약을 보이며 프랑스 U-20월드컵 우승에 큰 이바지한 콘도그비아를 모나코로 보냈고 팀내 유망주 루이즈 알베르토와 호세 깜파냐를 각각 리버풀과 팰리스로 보냈다.

[루이스 알베르토와 깜파냐를 보면 방출 잘한것 같다. 알베르토는 대부분 알 것이고 캄파냐는 자리 못잡아서 독일로 임대중이다.]


그 외에도 꽤나 노장이었던 스파히치와 오랜기간 뛰었던 팔롭의 이적, 페르난도 나바로의 백업이었지만 급성장하는 알베르토 모레노에 밀리고 있는 안토니오 루나까지, 임대료까지 합치면 거의 100M에 이르는 수익을 창출하였다. 정말 바겐세일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세비야는 방출에서 그치지 않고 그 돈의 일부를 선수수급에 사용하였다. 벨기에 리그에서 득점왕을 한 카를로스 바카를 영입하였고, 로리앙의 유망주에서 파리의 쩌리가 된 가메이로도 영입하였다. 또한 루마니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라울 루체스쿠까지, 공격수만 3명을 영입하였다.


또한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영입하였다. 93년생이지만 라리가, 세군다에서 잔뼈가 굵은 하이로 샘페리오를 영입하였고 라스팔마스의 공격형 미드필더 비톨로, 우루과이의 페냐롤에서 유망주 크리스토포로 역시 영입하였다. 


마지막으로 조명할 부분은 아주 효과적인 임대였는데, QPR의 스테판 음비아, 첼시의 마르코 마린,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 수비수 니코 파레하, 레알마드리드에서 데니스 체리셰프, 레딩의 다니엘 카리코를 임대로 영입하였다. 체리셰프는 거의 한시즌을 누워있기만 해서 별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팀내 핵심으로 거듭난 스테판 음비아, 로테이션으로 제 몫을 해준 마린과 파레하, 카리코 모두 쏠쏠한 재미를 본 임대였다. (카리코는 완전영입조항이 매우 낮은, 거의 이적에 가까운 영입이었다.)


팀내 가장 인기있던 두 스타를 잃긴 했지만, 기대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영입과 60M이라는 엄청난 흑자를 남긴 이적시장 후 드라마같은 2013~2014시즌이 시작되었다.



2. 시즌 초반


시즌 초반 세비야는 무난하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3차예선에서는 몬테네그로의 믈라도스트 포드고리카를 만나 합계 9-1이라는 큰 점수차이로 4차 예선에 진출하였고 4차 예선에서는 폴란드의 슬라스크 브로츠와프(Śląsk Wrocław)를 만나 역시 합계 9-1이라는 큰 점수차이로 승리하면서 조별리그에 진출하였다. 이 네 경기는 단순 진출이라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를 가졌었다. 비록 몬테네그로와 폴란드의 듣보잡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그것을 높게 평가하긴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바카, 마린, 하이로, 가메이로, 루체스쿠, 라베요, 비톨로, 카리코 등 18골을 영입된 선수들이 고루고루 넣어주면서 기존 페로티, 라키티치, 코케 등의 멤버와 잘 융화되는 듯 보였다. 지난해 QPR, 테베즈가 영입되던 해의 웨스트 햄 등 선수의 In & Out이 많아질 경우 어수선해지는 모습이 많이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리그였다. 2012-2013시즌부터 세비야는 원정경기에 지독하게 약했다. 홈구장 라몬 산체스 피스 후안에서는 에메리 부임이후 8승 2패를 거두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지난 시즌 원정성적은 1승 7무 11패였다. 그 1승도 강등당한 데포르티보에게 리그 4라운드에 거둔 승리였다. 다시 말하면 에메리 감독은 부임이후 원정에서는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홈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홈-원정경기가 거의 번갈아가면서 있기 때문에 승-패-승-패-승-패가 반복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세비야의 원정성적, 강등권수준의 원정기록이다. 득실때문에 겨우 최하위를 면한 형편없는 성적이다.]



그러한 원정무승은 이번시즌 초에도 계속되었다. 첫 원정경기 레반테전에는 전 경기에서 7골이나 먹혀서 반성하는 의미인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미친 선방을 보여줬고 결국 0:0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고, 바르샤와의 원정경기에는 오심으로 골이 취소되고, 산체스가 90+4분에 골을 넣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3:2로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뒤이어 이어진 발렌시아 원정경기는 두팀 중에서 지는 팀이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부진한 팀들간의 대결이었는데 이 경기에서도 발렌시아가 승리를 가져감으로써 세비야는 5경기 2무 3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게 된다.


비록 다음 강등권 언저리의 팀들(라요, 알메리아, 오사수나)과의 경기에서 승점을 얻으면서 리그 최하위자리는 벗어났지만 경기내용을 보면 극장골로 겨우이기거나(vs 알메리아) 다 이긴 경기를 비기는 등 (vs 바야돌리드) 아쉬움이 많았다. 유로파리그 예선전을 거치면서 선수간 융화가 잘 이루어진 줄 알았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포지셔닝, 기본적인 패싱에 문제가 많아보였다. 잦은 패스미스에 조직적인 부분보단 너무 개인적인 모습이 많이보였고, 역시 10라운드가 될 때까지 원정승이 없었다.


이번시즌 11라운드는 세비야에겐 잊을 수 없는 경기일 것이다. 레알마드리드 원정경기에서 7:3으로 진 경기인데 3백을 공격적으로 가져가다보니 상대방의 역습에 쉴새없이 휘둘렸고, 맞불을 놓아 3골이나 득점했긴 했지만 안입던 옷을 입은 어색함을 느낀듯 익숙하지 않던 전술탓에 호날두,벤제마, 베일에게 3골,2골,2골씩 헌납하면서 무너졌다. 이 경기 이후 셀타비고전까지 내리 지면서 세비야는 14위로 떨어졌고, 일각에선 영입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주고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아직 원정 1승도 챙기지못한 에메리를 경질해야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왔다.


3. 시즌 중반


세비야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세비야가 보여주기 시작한 건 원정승이 터진 이후부터이다.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에스파뇰 홈 구장 El Prat에서 열린경기에서 드디어 세비야가 원정승을 따냈다. 전반 일찌감치 페데리코 파지오와 비톨로가 골을 터뜨리며 달아났고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왼발슛으로 따라오자 바카가 단독돌파에 이은 슛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원정승을 챙길 수 있었다.


이 경기는 2013년 11월 10일에 펼쳐진 경기였고, 마지막 원정승을 챙긴 2012-2013시즌 데포르티보와의 경기는 2012년 9월 24일이었다. 세비야는 원정경기 25경기만에, 412경기만에 원정승을 챙기게 되었다.



[세비야가 드디어 원정승을 챙긴 경기, 바카의 세번째 골을 보면 입을 벌리게 될 것이다.]  

+ 경기가 끝났는데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엄청 기쁠 것 같은데 말이다.


이 경기는 세비야에게 많은 것을 의미했다. 원정만 가면 죽을 쑤던 세비야였지만 이 경기 이후로 7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잘나가는 빌바오를 상대로 비기고, 승승장구하던 비야레알을 원정에서 잡았고, 영원한 안달루시아 라이벌 베티스를 4:0으로 대파하는 등 한번의 원정승으로 분위기를 역전시키면서 7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게 된다.



4. 한 차례 더 온 위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비야는 재정이 정말 불안했다. 앞서 얻은 60M의 흑자가 있지만 그거로 인해 부채를 모조리 청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비야는 겨울에 한번 더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다.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세비야에서 방출한 선수들, 대부분 임대이적이다.]


세비야는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0명을 영입, 8명을 방출했다. 스테파노비치나 구아렌테, 마두로, 율리안은 경기출전이 거의 0에 가까우므로 아쉬움이 없긴 하다. 하지만 디에고 페로티는 리그는 얼마 나오지 못했지만 겨울이적시장 열리기 전 6경기 중 5경기에 출장해 2골 1어시스트를 올리고 있었고, 현 스쿼드에서는 없는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클래식한 윙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겠지만 에메리의 전술에 부합하지 않고, 돈이 필요했고, 또 선수 본인도 월드컵을 위한 출장시간확보가 필요하는 등 여러 요구가 맞물려 보카주니어스로 임대이적하게 되었다. 또한 후안 칼라는 잘하지는 않았지만 로테이션정도는 할만한 실력이었고, 세비야 유스출신으로 파지오의 뒤를 잇길 바랬지만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칼라보다 잘하는 선수가 훨씬 많아서 얼마라도 건지겠다는 심정으로 카디프로 보냈다.(역시 그쪽나라가서도 못했다.) 또한 라울 루체스쿠는 시즌 시작 전부터 에메리에게 항명하는 모습도 있었고, 바카나 가메이로에 비해 그 수준이 한참 낮았기에 보냈어도 이상하지 않은 방출이었다.(브라가 임대가서는 무난한 활약인 것 같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8명의 방출 후에 단 한명의 영입도 없다는 것이다. 유럽클럽대항전 탈락 이후 경기가 줄어들어 선수를 보냈다면 이해가 가지만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그룹라운드를 조1위로 통과했고 챔피언스리그보다 더 많은 경기수를 치루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 상황에서 영입없이 8명의 선수를 방출했고, 거기엔 유스와 유스나 다름없는 선수가 껴있었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5. 중후반기


8명이나 나간 이적시장이 끝나고 7경기 연속 무패도 끝이났다. 부상으로 음비아가 이탈하면서 3연패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3연패 기록 후엔 확실한 에이스로 거듭난 라키티치와 살아나는 측면을 통한 다양한 공격루트의 개발,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의 활약 등으로 잘 수습하고 홈에서 레알마드리드를 잡는 등 아틀레틱 빌바오를 만나기 전까지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거두면서 어느덧 순위를 5위까지 올리고, 빌바오와의 대결에서 이기면 순위를 뒤집을 기회까지 갖게 되었다.



[여러 포지션이 소화가능한 세비야 선수들, 부족한 스쿼드를 잘 메꿔준다.]

[언뜻봐선 선수가 많아보이지만 시시뉴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못나왔고 크리스토포로와 체리셰프도 부상, 푸에르토, 모이는 한 경기도 못나오고 카를로스 페르난데스는 이제 교체로 두 경기 뛴 96년생이다.]



이 쯤에서 유로파리그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무난히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32강에서 마리보르를 만나 합계스코어는 4-3이지만 경기력으로는 압도하면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베티스, 유로파리그 16강에서 안달루시아 더비가 펼쳐졌다. 


세비야는 여기서 탈락할 뻔 했다. 첫 경기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홈에서 했는데 2:0으로 패했다. 더 많은 슛팅을 가져갔고, 점유율도 우세했지만 레오 밥티스탕과 살바 세비야의 골로 2:0으로 패배했다. 특히 살바 세비야는 세비야 B팀에서 3시즌이나 뛰었고, 성도 세비야고 참 세비야와 깊은 관계인줄 알았는데 골 넣고 세레머니를 엄청 신나게 하는 것 보고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생각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홈에서 원정 골을 2개나 내주고, 원정호구라는 세비야에겐 원정에서 2골을 넣는 것이 참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기적은 또 일어났다. 팜플로냐 원정에서 세비야는 거짓말같이 2골을 넣었고, 승부차기까지 끌고가서 8강 진출에 성공한다. 최대 라이벌 팀에게 최대 라이벌 홈구장에서 최고의 승리를 따낸 세비야, 그 경기 이후로 세비야는 정말 잘 풀렸다. 


[승부차기 이후, 상반되는 두 팀 선수들]


8강에서도 첫 경기를 포르투에게 내줬지만 홈에서 라키티치가 확실히 살아나면서 4-1로 이기면서 4강 진출에 성공하였고, 4강에서는 다들 알다시피 첫 경기를 2-0으로 이겼지만 메스타야 원정에선 3-0으로 끌려가다가 경기끝나기 30초전 스테판 음비아의 헤딩골로 원정다득점 원칙을 통해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하였다.


물론 발렌시아와 경기를 겨우겨우 이기긴 했지만, 에메리는 유로파리그를 취했고 리그를 버렸다. 발렌시아와의 1차전 이후 아틀레틱 빌바오와 4위 결정전이 있었다. 비록 원정이었지만 9승 1패라는 초극상승세의 팀이었고, 발렌시아에게 2골차의 여유를 갖고 있는 상황이기에 리그경기에 어느정도 힘을 써도 될 듯 하였다. 하지만 에메리는 라키티치와 음비아를 제외하고 아틀레틱 빌바오 원정을 떠났다. 우리나라에 이것을 비교하면 기성용과 한국영 빼고 브라질 월드컵 갔다고 비교할 수 있다. 그 결과 빌바오에게 3-1로 패했고, 챔피언스리그진출은 또다시 다음 해로 미뤄야 했다. 이것이 과연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하나를 얻었다는 결론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하였고, 그 선택은 이제 곧 트로피로 보답받기 바로 직전에 있다.


6. 마침표


세비야에겐 한편의 드라마 같은 시즌이다. 리그 최하위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바라보는 위치까지 상승을 하였고, 얻어걸린 유로파리그에 결승까지 진출했다니 이런 기적이 있을 수 없다.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이다. 헤타페 원정과 엘체와의 홈경기 최종전, 그리고 유로파리그 결승전이다. 두 경기를 다 져도 최소 리그 6위를 확보한 만큼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것이 세비야가 유로파리그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벤피카는 어떤 상대일까, 이번 시즌 벤피카는 세비야와는 정반대의 시즌을 보냈다. 리그 첫 경기를 마리타무에게 패하면서 시작했지만 그 뒤 28경기를 지지않으면서 리그우승을 확정지었고 리우 아베를 상대로 리그 컵을 우승하였고, 역시 또 리우 아베와의 FA컵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다. 파리, 올림피아코스에 밀려 유로파리그로 떨어졌긴했지만 우승후보 1순위 유벤투스를 잡으면서 결승에 올랐다. 만약 남은 두개 대회를 우승하면 4관왕이 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세비야가 많이 앞서 있는 듯 하다. 엔조 페레즈, 마르코비치, 에두아르도 살비오 3명이나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다가 유벤투스 벤피카의 경기를 보니 참 말이 아니었다. 벤피카의 수비만 조금 단단했지 뜬금 중거리슛만 아니면 세비야가 실점할일이 없어보인다. 그 수비마저도 파지오가 두팀합쳐 최고다.


드라마가 해피앤딩일지 세드앤딩일지는 5월 15일 새벽 3시 45분에 알 수 있다. 세비야 벤피카, 벤피카 세비야 두 팀간의 대결, 학교쉬는날이니까 밤새서 봐야겠다.



 

[발렌시아와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나온 음비아의 오심골, 이걸 볼수록 너무 아쉽다, 그래도 세비야가 이기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