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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 칼럼] 계속되는 부진, 초라해진 인테르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하면서 리그 준우승을 했던 2010-11시즌 이후 오랜만에 TOP4 자리에 이름을 올린 인테르, 게다가 지난 6월 중국의 쑤닝그룹이 인테르의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자금력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시즌 초반 축구팬 뿐만 아니라 축구 전문가들 역시 인테르가 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인테르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15경기를 치른 현재 6승 3무 6패로 리그 10위, 유로파리그에선 프라하, 아포엘, 사우스햄튼과 묶여 해볼만한 그룹에 편성되었음에도 조별예선 최하위 탈락이라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고 감독 교체도 현재 두 번이나 이루어지는 등 팀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어쩌다가 인테르는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쑤닝 그룹의 인테르 인수, 득이 되진 않았다.



1. 인내심이 부족한 수뇌부, 계속되는 감독 교체



지난 시즌 뒷심이 부족하긴 했지만 꽤 오랜기간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도 하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만치니는 팬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즌 준비 과정부터 생겼다. 새롭게 유입된 중국 자본 측의 입장은 어린 유망주를 영입하여 팀을 키워나가는 것이었으나 만치니는 바네가, 칸드레바와 같이 전성기에 임박하였거나 즉시 전력감의 선수를 데려오길 원했다. 만치니는 뿐만 아니라 야야 투레와 같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단과 입장 차이로 인해 불화의 싹이 생겨났고, 구단 역시 만치니와의 플랜 차이가 생기자 프리시즌에서 토트넘에게 1-6으로 패배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만치니와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른다.


긴 암흑기를 어느정도 끝내면서 희망을 보여준 만치니를 내친 인테르는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을 선임하였다. 하지만 데 부어 감독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비록 개막 후 1무 1패를 거둔 뒤 유벤투스 전을 포함해 3연승을 거두면서 팀을 빠르게 추스르는가 싶었지만 그 후 6경기에서 1무 5패라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게 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일각에서는 시즌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던 데 부어에게 경질은 너무 가혹할 거라는 의견이 있기도 했으나 데 부어는 인테르에서 임기를 채 세 달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당했다.


그 이후 감독 선임과정에서도 초반엔 비야레알을 오랫동안 이끌면서 명장으로 거듭난 마르셀리노 토랄, 많이 알려진 안드레 비아스-보아스 등 많은 감독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렸으나 결국에는 스테파노 피올리가 후임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물론 피올리 역시 라치오를 챔피언스리그로 이끌었고 세리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긴 하지만 다른 후보군들에 비하면 전술가로서의 무게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무리뉴 이후 인테르 감독 계보, 임시감독 스테파노 베키를 제외하면 6년간 9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피올리 체제로 접어든 인테르의 상황도 별반 다를게 없다. 유로파리그에선 2-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3골을 내리 실점하며 유로파리그 탈락이 확정되었고 나폴리에게 무기력하게 3-0으로 완패를 당하는 등 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과연 인테르가 처음부터 만치니와 함께했다면 아마 지금쯤 유벤투스와 밀란을 위협할만한 순위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팀의 레전드 마르코 마테라치 역시 지금의 부진의 원인을 구단 수뇌부에서 찾는 인터뷰를 한 것처럼 구단에겐 조금 더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6년간 8번의 감독 교체가 이루어진 건 좋지 못한 부분이다.



2. 형편없는 수비, 단순한 전략



인테르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이다. 현재 인테르는 15경기를 치른 현재 21실점을 기록하였고 특히 유로파리그에선 6경기에서 11골이나 내주었다. 인테르의 실점 장면들을 복기해 보면 설렁설렁 복귀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2선의 선수들, 잔실수를 연발하는 라노키아, 무리요와 안드레올리, 인테르 급의 클럽에서 뛰기엔 기량이 부족해 보이는 좌우 풀백 나가토모, 안살디, 담브로시오, 산톤 등 명성있는 클럽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수비가 취약하다. 또한 최근 몇 경기에선 메델의 무릎 부상으로 인한 상당히 공격적인 4-2-3-1을 보여주었는데 콘도비아와 브로조비치가 짝으로 볼란치 역할을 할 때는 그러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메델이 2개월 이상 결장이 예상되는데 나폴리전 3-0 패배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공격전개에서도 역시 부족함이 보인다. 인테르의 공격은 '브로조비치 혹은 바네가를 향한 패스 -> 좌우로 벌려주기 -> 이카르디를 통한 마무리' 가 공식처럼 되어있다.

나폴리와 인테르 경기 패스맵, 점의 크기는 볼터치 횟수, 점의 위치는 평균적인 위치, 선은 4회 이상의 패스를 뜻한다.


위 사진은 인테르의 나폴리 전 패스맵이다. 대부분의 패스는 브로조비치에게 집중되어 있고 브로조비치는 좌우측으로 공을 건네기 바쁘다. 이카르디를 완벽히 봉쇄한 나폴리의 수비진 때문에 좌우측 측면 플레이어들은 이카르디를 향한 패스를 몇 차례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고 원톱이 고립된 인테르는 제대로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물론 이런 집중 견제 속에도 이카르디가 시즌 14골이나 득점중이라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개인의 능력이 주가 된 골이 많았다는 점, 공격 작업 중 공을 잃었을 때 카운터어텍에 취약하다는 점, 수비에 중심을 두며 실리적으로 승점을 모았던 만치니 때와는 달리 공격작업시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 등은 인테르의 큰 골칫거리이다. 다른 전술적인 감독의 선임을 하지 못한 것이 더욱 뼈아픈 이유다.



3. 리더의 부재, 부족한 이카르디



인테르는 유럽을 너머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팀이다. 메시 역시 많은 전설적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거쳐간 인테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고 주세페 메아차, 지아친토 파케티, 하비에르 사네티 등 인테르에서만 뛰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난 레전드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팀의 구심점이 되면서 세리에 A 통산 18회 우승, 챔피언스 리그 3회, UEFA 컵 3회 우승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현재 인테르에는 구심점이 될만한 리더가 없다. 인테르는 5년간 무려 82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당연히 5년 이상 인테르만을 위해 뛰어온 원클럽 맨은 없고 심지어 5년 이상 인테르에서 뛴 선수는 나가토모와 라노키아 둘 뿐이다. 이 둘 역시 한창 좋았던 시절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해 주전멤버로 볼 수 없는 선수들이다. 매년 많은 선수가 들어오고 많은 선수가 나가는 팀이 리그 초반부터 쉽게 치고나가긴 어렵고, 팀의 중심이 될만한 선수가 없는 가운데,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을 모을 중심이 없다는 게 인테르로서는 뼈아플 것이다.




완다 나라(左), 막시 로페스(中), 마우로 이카르디(右)


또한 현 주장 이카르디 역시 주장으로서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인테르 이적 전 삼프도리아에서는 본인의 우상이라고 말하던 막시 로페스의 아내와 염문으로 논란이 일더니 결국 이혼 끝에 막시 로페스의 아내 완다 나라와 결혼한다. 그 이후 완다 나라와 둘 사이의 아들을 SNS 상으로 자주 언급하는 등 도덕적인 부분에서 다듬어지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올해 10월 발표한 자서전에선 팬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실어 팬과의 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다. 인테르 서포터들은 이카르디를 죽은 선수 취급하겠다며 강하게 대응했고 비록 구단이 이카르디의 사과문을 더한 성명을 발표하긴 했지만 관계가 진전되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력으로는 탑 클래스 선수일 수는 있지만 이카르디는 이렇게 경기 외적으로는 구설수가 많은 선수이다. 이런 선수가 큰 구단의 주장이 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엔 AC밀란의 전설적인 감독 아리고 사키 역시 인테르의 부진한 상황에 대한 인터뷰에서 동기부여와 팀 스피릿이 부족한 것을 꼬집었다. 인테르가 정신적으로 무장되지 않는다면 상황을 뒤집을 순 없을 것이다.



4. 실패한 이적시장, 다가오는 후폭풍



지난 시즌, 부활을 위해 인테르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콘도비아, 페리시치, 무리요, 멜루, 산톤 등을 영입했고 투자한 돈은 1억 유로에 거의 다다를 정도로 엄청난 영입을 했다. 영입한 만큼 선수의 방출도 많았다. 코바치치, 샤키리, 에르나네스 등을 팔면서 그만큼의 수익을 챙기며 균형잡힌 이적시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지나치게 돈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억 5천만유로가 넘는 돈이 선수 영입에 투자되었고 선수 판매로 얻은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1억 유로 이상의 지출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비에리 다음으로 역사상 두 번째 이적료를 받고 이적한 주앙 마리우(40+5M), 브라질의 신성 96년생 가브리엘 바르보사(28M), 라치오에서 데려온 칸드레바(22M) 등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많다. 반면 방출은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력 외로 취급받는 팔라시오와 비아비아니는 아직도 인테르 소속이며 아주 적은 기회를 받으며 간간히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800억이 넘는 두 어린 선수, 마리우와 가비골



게다가 영입이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다. 주앙 마리우는 초반 인테르에 활기를 불어넣는가 싶더니 현재는 평범한 선수가 되었고 영입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가비골 가브리엘 바르보사는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한다. 인테르에 적응하지 못한 가브리엘 바르보사는 최근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뛰는 라스 팔마스와 연결되고 있다.(임대이적) 또한 이 둘은 FFP 징계를 염려한 구단의 결정으로 유로파리그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리그와 국내 컵에서만 뛰는 반쪽짜리 선수가 된 셈이다. 




적자 규모 180M의 인테르



이러한 움직임은 후에 FFP(Financial Fair Play) 징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14년 11월 인테르는 3년 사이의 적자폭이 무려 180M 가량이 되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FFP 징계로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 22명의 선수단만 등록할 수 있었다. 그때문에 콘도비아와 요베티치 역시 유로파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뿐만 아니라 징계에서 결정된 내용들을 보면 2016년은 30M까지의 적자를 허용하며 2017년에는 적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20M 이상의 벌금이 나올수도 있고 클럽대항전 진출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겨울 인테르에서 선수를 판매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무성하다. 에데르와 나가토모는 중국 슈퍼리그와 연결되고 있고 이카르디는 수많은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이탈하는 선수가 적어도 한 두명은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 앞으로가 더 위기인 인테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바네가의 인테르 이적으로 인테르에게 꽤 많은 관심을 갖고 경기를 챙겨보지만 좀처럼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 유니폼도 매우 나이스하고 시즌 전부터 기대가 컸지만 최근 몇 년새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인 듯 하여 우려된다. 극심한 부진을 이겨내어 네라주리의 선수들이 다시 한번 세리에를 제패하는 시간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