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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칼럼] 아스날 감독 에메리가 불안한 이유


22년간의 긴 아스날 감독직을 마치고 사임한 벵거의 뒤를 이어 우나이 에메리가 신임 아스날 감독이 되었다. 선임 전까지 아르테타, 알레그리, 안첼로티 등 여러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아스날 보드진을 감명깊게 한 컨퍼런스에 힘입어 에메리가 벵거의 후임이 되었고 아르테타는 보드진과의 권한 문제로 인해 아쉽게 결렬되고 말았다.


에메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만 발렌시아와 세비야에서 오랫동안 에메리를 관찰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에메리가 아스날에서 성공할 것이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에메리의 행보를 되짚어보면서 아스날에게는 왜 에메리가 약간은 아쉬운 선임이었는지 보고자 한다.



1. 내수용 감독? 스페인 밖에선 아쉬웠던 에메리



[최악이었던 스파르타크에서의 에메리]


감독직을 시작했던 로르카, 라리가 승격에 성공했던 알메리아, 쿠만의 그림자를 거두어냈던 발렌시아, 유로파 3연패에 성공했던 세비야까지, 에메리가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모두 스페인 클럽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던 시절이었다.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에메리에겐 같은 국적과 같은 언어권인 클럽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가장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렌시아 이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로 경질되었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선수들에게 휘둘리며 아쉬움을 남겼던 파리 생제르망 등 스페인 바깥에서는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현재 에메리 감독은 영어 레슨을 받고 있다곤 하나 기자회견에선 굉장히 어눌하게 영어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점이 에메리의 약점으로 지적될 지 모르는 법이다. 



2. 큰 경기에 유독 약했던 에메리, 그의 새가슴 축구




[챔피언스리그에서 에메리는 항상 약했다.]



에메리 감독은 지금 평가받는 것 보다 더 뛰어난 감독이 될만한 기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중요한 순간에 미끄러지면서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항상 잃어버렸다.


발렌시아 시절엔 항상 챔피언스리그 단두대매치에서 처참하게 패배하면서 토너먼트 단계에 오르기 실패하거나 토너먼트 첫 단계에서 금방 짐을 싸고 내려왔다. 샬케와의 경기에선 선제골을 넣고도 파르판에게 유린당하였고 첼시와의 경기에선 비기기만 해도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드록바를 막지 못하면서 3-0으로 졌다. 그 밖에도 코파델레이 4강전에서 탈락 등 에메리의 발렌시아는 중요한 길목에서 항상 막혀왔다.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선 최악이었으며 라이벌 디나모 모스크바에게 5-1로 대패하며 경질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세비야에선 유로파리그를 3회 연속 제패하면서 이러한 논란을 어느정도 불식시키나 했더니 파리생제르망에선 바르셀로나에게 4-0 승리 후 6-1 패배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기록하면서 중요경기에 약하다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에메리의 과감하지 못한 새가슴 축구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에메리의 축구는 자신의 축구를 보여줄 땐 상대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상대의 변화에 대응해가는 흐름에는 부족한 면이 분명 있다. 또한 변화를 가져가는 타이밍이나 변화의 크기에 대해선 약간 소심한 면도 있어 새가슴 축구라 많이 불리기도 한 에메리, 벵거도 비슷한 점이 있기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3. 주요 선수와의 불협 화음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알려진 네이마르와 에메리의 사건, 감독으로서 중재를 잘 하지 못한 네이마르와 카바니 사건 등 큰 선수를 데리고 있기엔 에메리의 파워는 강하지 못했다. 물론 발렌시아에서, 세비야에선 큰 잡음이 없었으며 문제를 일으켰던 이스코 말라가 이적 등의 경우는 대부분 선수의 문제가 크다는 관점이 많았기에 별 탈이 없었지만 네이마르 관련 일화 이외에도 크리호비악이 자신을 부스케츠처럼 쓰려하였다, 드락슬러의 감독을 이해할 수 없다. 등의 인터뷰를 볼 때 선수단 장악에 있어선 의문부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스날도 에메리에겐 다소 벅찬 구단일 수 있다. 




[기회를 많이 주었지만 이스코는 떠났다.]



약간의 불안요소가 있지만 에메리가 능력이 없는 감독은 아니다. 세비야 시절 핵심이었던 라키티치가 떠나자 피지컬로 그 약점을 상쇄하고자 중원에 단단한 선수들을 많이 배치하며 재미를 보는 등 전술적 능력도 있으며 발렌시아 시절엔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운 팀을 선수가 이탈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챔피언스리그권 성적을 내는 등 있는 선수들로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에서 알바, 세비야의 알베르토 모레노 등 선수의 포지션 변경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있고 이스코나 파리의 은쿤쿠와 같이 유망주를 길러내는 측면에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세비야와 발렌시아같은 클럽이 아니다. 있는 선수들로 무언가를 만들기보단 어느정도 영입할 재정도 되며 외질이나 오바메양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에메리는 롱런하는데 어려움이 있어보이며 아스날을 맡기엔 다소 그릇이 작은 감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