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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기적의 잔류를 이끈 결단력있는 감독교체 사례들 + 올해 기적의 주인공 후보

지난 해 기적같은 우승을 이끌었던 라니에리 감독이 경질되자 많은 축구팬들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러한 당황도 후임 감독 셰익스피어가 내리 6연승을 거두자 잠잠해졌다. 이처럼 리그 막판 결단력있는 감독교체는 강등권 언저리에 있는 팀을 극적인 잔류로 이끌곤 한다. 그러한 흥미로운 경우들을 모아보았고 이번 시즌 감독이 바뀐 후 달라진 세 팀을 조명해 보았다.


1. 14-15시즌 데포르티보



리그 최종전 승리 후 포효하는 셀소 보르헤스, 라우레 등



13-14시즌 세군다리그 준우승을 하며 다시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한 데포르티보, 하지만 최상위리그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빅토르 페르난데스 감독은 발렌시아를 상대로 3-0으로 이기는 등 나름 선전했지만 그가 치른 31경기에서 6승 10무 15패, 팀은 강등권에 위치하였고 결국 경질되었다. 그 후 데포르티보가 데려온 감독은 데포르티보에서 무려 210경기를 뛴 빅토르 산체스였다. 빅토르 산체스는 남은 7경기에서 1승 4무 2패를 거두면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고 결국 16위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그 후 빅토르 산체스 감독은 루카스 페레스를 잘 활용하면서 다음 시즌 전반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연패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15-16시즌을 끝으로 경질당한다. 그 이후 올림피아코스에서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겨우 2경기만에 다시 경질당하고 현재는 레알 베티스의 감독을 맡고 있다.



2. 14-15시즌 그라나다 / 15-16시즌 그라나다



잔류 성공 후 환호하는 산도발 감독



데포르티보의 기적적인 잔류보다 더 극적인 잔류가 같은 해에 있었다. 바로 산도발이 이끄는 그라나다이다. 아벨 레시노 감독이 이끈 그라나다는 강등이 기정사실화된 팀 같았다. 열정을 잃은 선수들의 모습, 변화없는 전술속에 승점을 계속 잃어갔고 구단 역시 감독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기엔 꽤 늦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리그 34경기를 치른 가운데 4승 13무 17패, 4경기 남은 상황에서 잔류권과 승점은 6점차, 잔류를 하려면 다른 팀의 부진까지 바래야 하는 기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도발은 해냈다. 산도발 감독이 이끈 4경기에서 그라나다는 3승 1무를 거두었다. 마지막 경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에서 그라나다는 무승부를 거두었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리그 순위를 확정지은 상황이었고, 그라나다 역시 무승부만 하더라도 잔류가 결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실리적인 판단을 하며 0-0으로 조용히 경기를 마무리했기에 무승부였지 그라나다가 공격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이렇게 기적적인 잔류에 성공한 그라나다는 라리가에서의 생존왕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5-16시즌에는 산도발 감독이 좋지못한 모습을 보이며 경질되었지만 후임 감독 마누엘 곤살레스가 리그 13경기에서 승점 19점을 쓸어담으며 또 한번 힘겨운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역시 그라나다는 강등권에 있고 파코 헤메스와 루카스 알카라스 두 명의 감독을 경질했고 새롭게 토니 아담스 감독을 선임했다. 이 선택이 다시 한번 그라나다를 잔류로 이끌 지 기대된다.



3. 12-13시즌 셀타 비고



지금의 셀타비고를 있게 해준 레시노



박주영이 셀타비고로 임대되어 뛰었던 그 시즌이다. 11-12시즌 셀타비고의 라리가 승격을 이끈 파코 헤메스는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파비안 오레야나, 구스타보 카브랄 등을 영입하며 이적시장에 적극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로 2012당시 덴마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미하엘 크론 델리를 영입하였고 자리를 잃은 선수이지만 아스널에서 박주영을 임대하는 등 라리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한계가 보였다. 파코 헤메스가 승격 후 거둔 성적은 24경기 5승 5무 14패, 리그 19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비록 경기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강등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셀타비고는 새로운 감독으로 아벨 레시노를 선임한다. 레시노는 남은 14경기에서 5승 2무 7패를 거두면서 승격권에 턱걸이하며 잔류에 성공한다. 


박주영을 교체멤버로 돌린 레시노, 그가 셀타비고에게 남긴 잔류라는 선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셀타비고 역시 없었을 것이다. 현 바르샤 감독 루이스 엔리케가 역삼각형 4-3-3 시스템을 13-14시즌 완성시켰고 그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에두아르도 베리쏘는 놀리토, 오레야나, 아스파스, 테오 봉곤다 등 빠르고 역동적인 선수들을 기용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때의 감독교체가 없었다면 지금 셀타비고는 세군다에 있을지도 모른다.



4. 11-12시즌 레알 사라고사



"¡Zaragoza nunca se rinde!" : 사라고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잔류가 확정된 후 감독이 티셔츠에 적은 글귀



비교적 빠른 결단이 성공을 준 케이스이다. 하비에르 아기레가 이끄는 레알 사라고사는 2011년까지 치른 17경기에서 단 2승만을 거두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새해가 되면서 감독교체 카드를 꺼내든 레알 사라고사는 마놀로 히메네스가 이끈 21경기동안 10승을 거두면서 잔류에 성공한다. 11-12시즌은 어느때보다 잔류에 필요한 승점이 많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지만 사라고사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최하위에서 1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다음해에 이적시장에서 아쉬움을 남긴 사라고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최하위로 강등당했다. 히메네스 감독 역시 시즌을 마무리한 후 사라고사를 떠났다. 아직도 사라고사는 2013년이후 승격을 못한 채 세군다 리가에 있다.



5,6. 13/14시즌 슈투트가르트, 14/15시즌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를 두 번이나 구한 스테벤스


훕 스테벤스가 만든 두 번의 기적 중 첫 번째이다. 13-14시즌 토마스 슈나이더감독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는 리그 10경기를 남겨놓고 5승 5무 14패를 기록하며 강등권에 있었다. 그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감독이 훕 스테벤스였다. 스테벤스 감독은 남은 10경기에서 3승 3무 4패를 거두면서 팀을 두 계단 끌어올렸고, 함부르크와 뉘른베르크를 밀어내면서 잔류에 성공했다. 


스테벤스 감독이 안정시키고 떠난 슈투트가르트는 그 다음시즌에도 흔들렸다. 아르민 베 감독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는 중위권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음에도 여전히 고전했다. 리그 13경기에서 3승 3무 7패를 거두면서 불명예스럽게 경질당한 아르민 베 감독 이후 슈투트가르트의 선택은 또 훕 스테벤스였다. 스테벤스는 다시 돌아온 슈투트가르트에서도 6승 6무 9패를 거두면서 안정적으로 14위에 위치시키며 또 다시한번 감사의 박수를 받으며 떠난다.


이후 스테벤스 감독은 호펜하임으로 떠났고 슈투트가르트는 그 다음시즌에도 강등권에서 시작한다. 강등권에 빠진 슈투트가르트는 다시 한 번 스테벤스 감독을 부르진 못했고 아쉽게도 15/16시즌 강등당한다. 슈투트가르트는 메인 스폰서가 벤츠인 고급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2부리그에서 뛴다.



7. 15/16시즌 호펜하임




어린 감독 나겔스만 (87년생)



슈투트가르트를 위기에서 두 번이나 구하면서 명성을 쌓은 스테벤스는 15-16시즌 시작 전 호펜하임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감독직을 수행한다. 하지만 호펜하임과 슈투트가르트는 달랐다. 호펜하임에서 스테벤스 감독이 기록한 성적은 2승 9무 10패, 17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강등권에 허덕이는 팀을 구했던 이력으로 유명세를 타던 감독이 팀을 강등권에 빠트렸기에 더욱 충격이 컸을 호펜하임의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스테벤스 감독을 대신하여 호펜하임이 선임한 감독은 1987년생의 어린 감독 나겔스만이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스테벤스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곤 했지만 부진한 성적도 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상대 팀 분석에 탁월함을 지닌 나겔스만은 부임 후 13경기에서 7승 1무 5패를 거두면서 다소 거리가 있어보였던 잔류권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나겔스만 부임으로 김진수는 자리를 잃었지만 그 이후 호펜하임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과 첫 풀시즌을 진행중인 호펜하임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과 라이프치히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고 지난 주에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하였다. 젊은 감독 중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인 나겔스만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이다.





+ 올해 기적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 스완지 시티 (폴 클레멘트)




밥 브래들리를 경질하고 데려온 바이에른 뮌헨의 수석코치 출신 폴 클레멘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4경기에서 3승 1패를 거두면서 강등권 탈출에 성공하고 순항중이었다. 하지만 강팀과의 대결에서 잇달아 패하며 현재 승점 2점차이로 18위에 위치해 있다. 감독 교체가 두 번째이고 스완지의 전력이 꽤 약한 팀이기 때문에 스완지가 잔류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기적이라고 할 만 하다.


- 크리스탈 팰리스 (샘 앨러다이스)



4승 3무 10패의 부진에 빠진 크리스탈 팰리스에 부임한 샘 앨러다이스는 팀에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의 의심스러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파듀와 비슷한 스타일의 감독이다, 그가 맡는 팀은 장기적인 안목이 없고 임시방편이다. 등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야했던 앨러다이스지만 그러한 비판은 지금 들리지 않는다. 최근 7경기에서 5승 2패 중인 크리스탈 팰리스는 아스널과 첼시 등과 맞대결에서 승리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앨러다이스는 이미 기적을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헐 시티 (마르코 실바)



6개월 단기계약인 또 다른 어린 감독 마르코 실바도 충분히 주목해 볼 만한 감독이다. 39세의 감독으로선 다소 어린 나이임에도 단장 경력까지 있는 마르코 실바는 강등이 유력했던 헐 시티에서 부임 후 11경기에서 5승을 거두고 있다. 덕분에 강등권이었던 순위를 잔류권인 17위까지 끌어올렸고 맨유, 리버풀 등 규모있는 클럽과의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으면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국 포르투칼에서는 제 2의 무리뉴라고 불리고, 실제로 무리뉴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등 무리뉴와 관계가 많은 마르코 실바가 극적으로 헐 시티를 잔류로 이끌지 기대된다.